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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F 해외 합작 사례: 성공적 투자의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나?" (2016년 제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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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30 10: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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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F푸드 갈동훈 부장

LF(LG상사) 해외 합작 사례

성공적 투자의 핵심 요인은 무엇이었나?

㈜LF푸드 갈동훈 부장 

 

상당한 경영수익을 내어 이미 투자금을 회수하고도, 지속적인 배당이익과 제품 판매권의 행사를 통해 본사에 상당한 이익을 공헌하고 있는 LF의 성공적 태국 합작투자 법인인 럭키유니온푸드(LUF, Lucky Union Foods) 게맛살 공장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게맛살은 1970년대에 일본에서 처음 개발되었는데 싼값에 맛이 비교적 덜한 명태와 같은 백색어류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고안되었다. 국수를 보다 편하고, 맛있게 먹고자 라면이 개발되었듯이. 초창기의 게맛살은 게살보다 더 맛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여 우리나라에 도입된 80년대부터 주요 식자재로 자리 잡게 되며,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까지 시작되면서 "Imitation Crab Meat"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적 소비가 확산되었다.

 

맛살은 "Surimi(생선연육)"를 주원료로 하여 전분, 조미료, 게향, 게엑기스 등 부원료를 가미, 생산라인을 통해 만들어지는 규격화된 제품이다. 부패 및 변질의 위험이 없고, 연중 가격 편차가 거의 없는 이 제품은 위험 관리를 중시하는 대기업 상사에게 딱 알맞았다. 또한, 수산식품군 중 가격이 적당하고, 수요도 꾸준하여 맛살 수출은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게 된다. 실적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당시 상사 담당자들은 무역중개업의 한계 극복 및 사업의 지속성,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 생산 공장 설립을 기획하였다.

 

투자의 형식은 일단 단독투자보다는 합작투자 쪽으로 정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기술력을 갖춘 삼호물산(CJ 씨푸드), 그리고 태국에서 참치통조림으로 사업을 키워가던 타이유니온(Thai Union Group)J/V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LG상사의 기획력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매 노하우, 삼호물산의 검증된 기술력, 거기에 타이유니온의 현지 경영 및 내수시장 노하우 등 삼박자를 절묘하게 맞춘 최상의 조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LUF 성공의 핵심요인은 역량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선정이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아무리 투자 환경이 좋은 태국이라 한들, 지분 욕심에 단독으로 들어갔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외투자는 말 그대로 해외에서 하는 사업이다. 한국과 같은 기업문화, 규칙과 규범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후진국일수록 사업 기회는 크다. 그만큼 자원이 풍부하고, 가격경쟁력도 분명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인프라가 열악하고 비상식적인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동남아 어느 지역의 경우, 깡패들이 몰려와 원료공급권, 인력공급권, 경비업무 등 경영권을 침해하는 요청을 수시로 해와 골머리를 싸맨 경험도 있다. 군경이 있지만 보호를 받기 쉽지 않고, 대가 또한 만만치 않다. 설령 깡패들을 물리쳐도 그간의 피해는 어떡할 것인가? 민사소송도 잃을 게 별로 없는 사람들 건드려 봤자 본인만 손해다.

유럽 생산 공장은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공무원들의 대응 속도가 할 말을 잃게 할 정도였다.

이놈의 나라는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다.”라는 자조 섞인 푸념 속에 공기는 두 배 이상 지연되고, 자재비, 인건비, 환율변화 속에 투자비용은 최초 기획안 대비 3배나 늘어났다. 이와 같은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현지 업체와의 J/V가 아닐까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항목으로 두 가지를 꼽고 싶다. 먼저, 독식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무리 한국에서 잘나가는 회사라 해도 해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지에서 성공한 신뢰할 수 있는 기업과의 합작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지 파트너 수배에 제일 많은 시간과 투자를 들여도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믿을 수 있는 현지 업체와의 합작이 사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아무리 큰 조직이라도 해외에서는 개개인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동하여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물론 개발 전문가가 파견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건설공사의 공기 지연 등을 겪으며 1년여 만에 완공이 될 즈음, 현지에서 채용한 기술직 직원들을 한국의 삼호물산에 연수 보냈다. 그리고 현지에서 생산한 원료를 한국에 보내어 제품화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태국산 원료로도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건물이 거의 윤곽을 잡아갈 무렵, 기능공들을 뽑아 트레이닝에 들어가고, 한국의 생산 기술자들이 도착했으며, 설비 투입 및 한 달간의 시운전을 마치고 199112월 하순께부터 드디어 정식가동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공장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와 사람이다. 공장의 생산기계는 하드웨어일 뿐이다. 판매가 잘 되어야 공장의 제반사항이 잘 돌아가며, 또 공장을 움직이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끔 독려해야 한다. LUF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생산, R&D, 공무, 자금, 회계, 구매, 인사, 총무, 수출 부서장들이다. 이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해외 진출에서는 구체적인 사업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현지인과 하나 된 마음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LUF의 성공요소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파트너를 잘 만났다. 좋은 파트너의 요건은 사업능력과 신뢰성이다. 당사는 정직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현지의 평판 좋은 우량업체를 파트너로 만나는 천운이 있었다. 자금이 없어 쩔쩔 매는 업체와는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투자사업의 순조로운 합작추진이 어려울 것이다. 또한, 기술 파트너로서 삼호물산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둘째, 입지가 좋았다. 풍부한 인력과 낮은 인건비, 원료산지, 수출장려 정책 및 외국인 투자 혜택 등이 있었다.

태국에는 BOI(Board of Investors, 투자청)라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의 승인을 받은 설비에서 생산된 제품은 법인세 20% 및 배당세 10%를 면제 받는다. 적기에 설비투자만 적절히 챙기면 절세 효과가 상당하다. 최근 들어 노예노동(slave labour) 이슈로 떠들썩한 태국이지만, 품질 하나 만큼은 동남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평판이 좋다. 이는 일본 유수의 수산 업체들의 초기 세팅이 발판이 되었다고 본다.

인건비 또한 가성비가 상당히 좋다. 제조업체의 경우, 아직도 토요 격주 휴무제이고, 국경일 제외 휴무일은 연간 10일 내외가 통상적이다. 그들이 선진국들의 노동환경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시위하거나 노동환경 선진화를 외치지는 않는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종교적인 영향도 있다고 본다. 불교 신자들이 대부분인 태국인들은 내세를 믿는 경향이 강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열심히 살면 언젠간 보답 받는다는 생각이 강하다.

 

셋째, 오랫동안 취급해 와 제품 및 업계, 시장을 비교적 잘 아는 사업 분야에 투자했다. 신규 사업 아이디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업계나 품목이 좋은 기회가 된다.